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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죽기 전에는 아무도 인생의 별 볼 일 없는 삽화들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우리는 크고 작은 액자들 안에 우리의 지나간 시간들을 걸어 놓으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이어서 모순에 대한 글 써 내려가보도록 할게요.
4.
8 chapter.
: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살면서 마치, 선과 악에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삶을 살아요. 사실 우리 내면엔 악이 많죠. 드러날 수는 없지만 질투와 욕망 그리고 욕심 그리고 드러내지 않는 거짓말들이 사실 수없이 내면에서 계속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인지를 못할 뿐입니다.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네가 하는 박사 공부는 그렇게 단순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 보는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어. 나도 아직 모르지만._160p
삶에 대해서 단순하게 살라고 하지만, 삶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유하고 또 사유하다 보면 '인간' 자체가 되게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이 꽤 고되게 느껴지지만, 매력적이기도 해요. 나이대에 다른 생각과 추억들이 많아지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 머릿속을 오고 가는 생각, 그것을 빼고 나면 무엇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을까. 우리들 삶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 아버지가 가르쳐 준 중요한 진리였어. 아버지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지. 자기 용량을 초과해 버린 거야. 그러면 곤란하다는 것도 우리 아버지가 내게 남긴 교훈이야.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이 한평생 살고도 못 가르쳐 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어. 그것으로 이미 우리 아버지는 자식한테 해줘야 할 모든 의무를 다했어.
5.
9 chapter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육체의 균형 감각을 잃기 전에 언제나 먼저 정신의 균형 감각부터 무너지는 사람이 아버지였다. 그것이 내 아버지의 불행이었다. 내가 남들보다 술에 대해 월등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대학시절 초반 몇 년을 제외하곤 가능한 한 술을 마시지 않은 것도 어쩌면 그런 두려움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는 타인들 앞에서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를 장악할 수 없어 스스로를 방치해 버리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결단코 '나'를 장악하며 한 생애를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못 했지만, 나는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_167p
처음으로 나, 안진진의 사랑을 상면한 이후 내 기분은 급격히 저조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나는 다만 이것이 사랑인가, 하고 사랑을 묻다가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답했을 뿐이다._177p
우리도 삶은 처음이죠. 사실 배워나가는 것은 우리보다 나이가 좀 더 든 분들의 삶을 보면서 우리는 자라나게 됩니다. 밀란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처음 시작할 때 이런 말을 합니다. 한번 산다는 것은 한 번도 살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해요.
이 말에 저는, 공감이 갔습니다. 결국엔 나의 가장 가까운 관계이자, 처음부터 볼 수 있는 건 부모님이니까요. 부모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는 가끔, 부모라면이라는 기대감이 당연히 사실상 있게 되죠. 그렇지만 나약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여러 다양한 방면을 보면서 자라온 안진진에게는 아빠라는 이름이, '나 자신'을 장악하지 못한 안쓰러운 사람이었던 거죠. 그래서 안진진에게는 '사랑'이라는 것이 사실 다가옴에도 다가오지 않는 거 같은 얼떨떨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6.
11 chapter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주지 못한 채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194p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며칠 동안 사랑에 집착했다. 그리고 확인했다. 전화에 자유롭지 못한 나, 유행에 민감한 나, 거울 속의 내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는 나. 모든 것이 다 사랑이었다. 위험과 안전을 동시에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의 사랑이 맞았다.
참 사랑이란 건 신기합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그렇게 안 보던 거울도 계속 보게 되고, 괜히 예뻐진 것만 같고, 유행에 예민해지고, 하루종일 핸드폰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아무 일도 없도 없는데 말이죠. 사랑이라는 것이 사실, 굉장히 로맨스로 바라볼 수는 있으나 기다리는 그 시간들은 설렘보다는 애타는 시간으로도, 인내가 필요하기도 하죠.
200p 그래도, 사랑의 유지와 아무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보다 나은 나를 보여 주고 싶다는 욕망을 멈출 수가 없다.
이것이 사랑이다. ㅡ 장렬한 비애,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누추한 나는 너무나 부끄러운 존재였다. 부끄러움을 누더기처럼 걸치고 그토록이나 오래 기다려 온 사랑 앞으로 걸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저 바다가 푸른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는 더욱.
사랑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자에게는 스스럼없이 누추한 현실을 보여 줄 수 있다. 얼마든지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그 일이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자존심이었다.
사랑이 유지가 없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잘 보이고 싶습니다. 그저 그 사람에게는 예뻐 보이고 싶고, 괜찮은 사람이고 싶지만 사실 정작 내가 나를 볼 때 누추할 뿐입니다. 사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는 자존감이 없는 편이라 그런지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의 부끄러움과 허락되지 않는 나의 발가벗은 누추함들을 들키고 싶지 않아요. 사랑이라는 자존심이, 사실은 나를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보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으로 보는 상대방에게 나의 누추함으로 사랑이라는 것이 변질될까 봐 두려움도 있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함도 있는 거 같습니다. 참 복잡하죠. 사랑이라는 단어로 인해 어쩔 때는 한없이 사랑이라는 설렘이 가득할 때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로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을 가리기도 하고 오히려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 노력을 하기도 해요.
이렇게 여러 감정들을 항상 가진채, 그 감정들이 뒤섞여 온갖 감정들로 표출이 되며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내 삶 안에서는 뒤섞임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지만 자연 앞에서는 나의 감정은 작은 먼지 같은 존재가 되죠. 그처럼 나에게는 큰일이지만 다른 모른 사람에게는 소소하고 사소한 이야기로 전락해 버립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얘기해요. " 살아있는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죽기 전에는 아무도 인생의 별 볼 일 없는 삽화들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우리는 크고 작은 액자들 안에 우리의 지나간 시간들을 걸어 놓으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우리의 삶은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결국엔 크고 작은 액자에 걸어놓을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며 우리 자신에게는 가치가 있는 삶으로 자연을 함께 어울러 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책 뒤에 작가의 말이 있어요,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 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 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각자의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넓게 다가옵니다. 해석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면 좁게 세상을 볼 수 있는 거일 수도 있고, 조금은 눈을 닫고 단순하지만 값어치 있게 살아가는 거일 수도 있습니다. 틀린 게 아닌 다르게 살아오는 삶의 선택, 결국 그 선택의 경우의 수는 굉장히 많습니다. 앞으로도 내 삶을 어떻게 해석을 하며 생을 살아낼 건지, 그리고 어떻게 해석을 하며 생을 살아왔던 것인지 곰곰이 사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은 꽤 고되지만, 고됨 속에서도 행복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우리는 이면을 다 느끼며 풍부함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불완전 속에 가질 수 있는 풍부함이 오히려 '온전함'이라고 할까요.
그 온전함을 조금은 차분히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것이 저의 앞으로의 생의 다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해석을 하며 생을 살아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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