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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령 불공평한 장소에 있어도 그곳에 있는 종류의 '공정함'을 희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공정함'에 굳이 희구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어떤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재량이다.
# 무언가를 해보면서 삶과 연관되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p.7 이것은 달리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지 건강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라는 인간에게 있어 계속 달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까, 하고 생각하거나 자문자답하고 있을 뿐이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이는 여러 유명한 마라토너들을 인터뷰해서, 레이스 도중에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어떤 만트라(mantra)를 머릿속으로 되풀이해서 외우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었다. 이 말은 마라톤이라는 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느끼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을, 처음부터 그대로 꺼내 솔직하게 나 나름의 문장으로 써보자. 아무튼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라고 결심하고, 2005년 여름부터 새로 단행본을 쓰는 형태로 조금씩 조금씩 쓰기 시작해서, 2006년 가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한 일종의 회고록으로 읽어주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철학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다 해도, 어떤 종류의 경험칙과 같은 것은 얼마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것은 적어도 내가 나 자신의 신체를 실제로 움직임으로써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다.
앞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개한 것처럼, 건강법보다는 달리기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느끼는 책이에요.
여러분은 무언가를 해보면서 삶과 함께 같이 나아가신 적이 있을까요?
저는 많습니다. 피아노를 연습하면서도 연습을 통해서 나올 수 있는 연단의 시간들과 그걸 통해 아름다운 곡들이 나오는 이러한 모습들이 굉장히 삶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꽃이나 나무를 볼 때도, 곤충들이 변태 하는 과정에서도, 요가를 하면서도 삶의 흘러가는 방향들에 대해서 깊은 사유를 할 때가 많아요.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도 마라톤을 통해서 삶의 흘러가는 방향들을 얘기합니다.
제가 아는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에 일어나 마라톤을 자연재해가 있지 않는 한, 무조건 뛰고 그 후 3시간 동안 글이 써지든, 안 써지든 의자에 무조건 앉아있었다고 해요. 저자 에세이들을 보면 묵묵히 꾸준하게 하는 정말 성실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하루키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 나 자신을 파악한 후,
그렇게 해서 아침 5시 전에 일어나 밤 10시 전에 잔다고 하는, 간소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루를 통틀어 가장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라는 것은,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 그것은 이른 아침의 몇 시간이다. 그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중요한 일을 끝내버린다. 그 뒤의 시간은 운동을 하거나 잡무를 처리하거나 그다지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들을 처리해 나간다.
....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 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우리에 삶에는 우선순위가 있지요.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면서 나오는 우선순위는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나'라는 자체에 성향을 인정을 하고 나를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얘기해요.
그는 20대의 10년 동안 자기의 세계관은 적지 않게 변화했고, 인간적으로 얼마간 성장했다고 생각하며,... 그렇긴 해도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은 그다지 급격하게 변화되는 것이 아니기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자기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저도 결혼을 하면서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일단 챙겨야 될 가족들이 많으면서 쉬어야 될 주말이 가족들을 만나는 시간들로 바뀌기도 하고, 시간이 나면 혼자 운동을 하고, 또한 카페를 가거나 책을 읽는 시간들이 결혼 후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부분들도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혼자 무언가를 하다가 함께 살아가는 삶이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가 않았어요. 어떤 기준에 맞춰야 되는지를 혼란스러웠거든요. (사실 아이가 생기면 더더욱 나의 시간에 대한 희생이 굉장히 많아지겠지요.)
그렇게 정신없는 1년이 지나고, 계속 생각을 해보니 ' 나를 위한 시간은 무조건 필요하다' 였어요. 그것이 그저 애매모호하게 티브이를 보면서 쉬는 시간들이 아닌 내가 일정을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나 운동의 시간을 정해놓는 일들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그렇게 정해놓은 나를 위한 시간들을 보내면 하루가 조금은 쉬어지는 나날들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저러한 생각을 하던 중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글이 생각이 났어요. 불공평함에 대해 얘기를 하죠.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살이 찌는 체질이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아내는 아무리 먹어도(많은 양은 먹지 않지만 뭔가 있으면 단것을 먹는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다. 군살도 붙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주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을 어떤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도 손쉽게 얻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런 살찌기 쉬운 체질로 태어났다는 것은 도리어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즉 내 경우 체중이 불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에 유의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골치 아픈 인생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속해 나가면 신진대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몸은 건강해진다. 노화도 어느 정도는 경감시킬 것이다. 그런데 거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의 사람은 운동과 식사에 유의할 필요가 없다. 필요도 없는데 그런 귀찮은 짓을 이 버려 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체력이 점점 쇠퇴해 가는 경우가 많다.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연히 근육이 약해지고 뼈가 약해져 가는 것이다. 무엇이 공평한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령 불공평한 장소에 있어도 그곳에 있는 종류의 '공정함'을 희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공정함'에 굳이 희구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어떤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재량이다.
그런 불공평함 속에서, 내가 추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에 대해 굉장한 뜻깊음을 얘기합니다.
운동이란 기쁨은 사실 불공평함 속에서 나타나는 일들이 대부분일 거예요. 살을 빼고 싶다거나, 건강이 안 좋아져서, 또는 너무 우울해서 뭐라고 움직여야겠다고 시작한 운동은 지금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엔도르핀 같은 존재로 변했습니다.
결국은 나의 부족함은 나의 단련을 시키고, 단련을 시키려면 나의 꾸준함이 필요하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 보면 그 '무언가'에서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지요. 음식을 접하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다 적용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섬세한 감정에 행동은 섬세하지 않았던 저는 그냥 성향이라고 생각했지, 무언가를 한번 다잡고 변화시켜 보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그러던 중 가죽공예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그걸 배우면서 무언가 섬세히 접하는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그 후부터 제가 다이어리에 계획을 하던, 무언가를 만들던 좀 더 세심하게 접할 수 있는 부분들이 더 많아졌죠.
자기가 가진 침묵의 시간 속에서 갖는 하루키의 달리기는 그에게 굉장한 많은 생각을 연결해 줬고, 도움이 되었죠.
글을 쓰는데도 , 건강에도, 일어나는 시간에 대한 규칙도 , 점점 늘어나는 마라톤 거리에 대한 느끼는 부분들도 다르게 하나씩 느껴집니다. 결국은 나의 인내와 나의 결심들이 합하여 마라톤을 완주하게도 되죠.
마지막으로 하루키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 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결국엔 마라톤의 특성도 내 삶의 의미하는 바와 같아요. '결국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거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실패와 기쁨 그리고 구체적인 교훈이 항상 어디에나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나 안에서, 누군가에 의한 이 아닌 나 스스로의 레이스를 펼쳐나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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